김과장은 그 동안 한국어만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A를 개발해 왔는데 최근에 사장님이 A의 일본어 버전을 만들라고 했다. 그리고 개발 기간도 한달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기존 소스코드를 복사해서 한국어가 들어 있는 모든 부분을 일본어로 고치기 시작했다. 밤을 새워가며 고친 덕분에 일주일안에 모든 문장을 일본어로 수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테스트를 포함하여 2주일만에 일본어버전을 뚝딱 만들어냈다. 빨리 개발했다고 사장님께 칭찬도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어 버전과 일본어 버전의 소스코드가 따로 존재하다 보니 소스코드를 수정하려면 양쪽을 모두 고쳐야 했다. 그래서 개발시간은 기존보다 150%가 소요되었고, 나중에는 귀찮고 시간도 없어서 일본어 버전에는 최신 기능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치명적인 버그를 발견하면 양쪽을 모두 고쳤다. 한국어버전과 일본어버전 소스코드는 점점 달라지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사장님이 중국어 버전도 만들라고 한다. 사장님은 김과장은 2주만 주면 뚝딱 만들어 낸다고 여기 저기 자랑을 하신다. 김과장은 또 소스코드를 복사해서 중국어 버전도 2주만에 만들었다. 이제 소스코드가 세벌이다. 뭘 하나 고쳐도 세 군데를 고쳐야 하는데 관리는 잘 안 된다. 소스코드가 엉망이 되서 관리가 안되는 것을 사장님은 잘모른다. 사장님이 유럽도 진출한다고 하는데 감당이 안돼서 퇴사할까 고민 중이다.
1. 소스코드 복사
아래 그림과 같이 각 언어 버전 별로 소스코드를 제 각각으로 유지하는 방법으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일단 소스코드를 복사하면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과 같다.
2. 별도의 Application
소스코드를 복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의 시작이기 때문에 국제화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더라도 소스코드를 하나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되어 왔다. 두 번째 아키텍처는 기본적인 Application의 소스코드는 하나로 유지를 하면서 국제화 라이브러리와 지역화 라이브러리를 조합하여 지역화된 Application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 Microsoft Office나 Windows에 적용되전 방식이다. 지금은 Microsoft도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한국어, 일본어 버전을 따로 출시하였다. 물론 내부에서 개발할 때는 소스코드를 하나로 유지한다. 한국어, 일본어 지역화 라이브러리만 다를 뿐이다.
이런 아키텍처는 Application 개발자가 한국어의 특징이나 문화, 일본어의 특징이나 문화를 전혀 알 필요가 없다. 단지 국제화 라이브러리인 i18n library를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각 버전에 맞게 다르게 동작하게 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언어(로케일)별로 별도의 Application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3. 하나의 소스코드, 하나의 Application
다음 아키텍처는 소스코드도 하나로 유지를 하고 하나의 Application만 출시를 하는 것이다. 언어(로케일) 설정을 바꾸기만 하면 해당 언어(로케일)로 출력되고 동작하는 것이다. 가장 권장되는 방식이면서 많은 소프트웨어가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Application에서 국제화 관련 기능을 완전히 독립시킴으로써 Application 개발자의 부담을 덜었다. 그리고 L10n 라이브러리를 추가 장착만 함으로써 다양한 언어(로케일)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흔히 Language Pack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추가로 언어(로케일)를 지원한다고 제품을 다시 출시 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에서 Language Pack을 별도로 다운 받아서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아키텍처를 구성하려면 i18n library를 초기에 잘 만들어 놔야 한다. 언어(로케일)별로 다른 기능을 잘 추상화해서 미리 국제화 모듈을 만들어 놔야 한다. 나중에 고치려면 엄청나게 어렵다.
먼저 한국어 버전만 만들고 나중에 다양한 언어(로케일)를 추가 지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고 대충 한국어 버전을 만들고 나중에 변경하려면 이미 망친 것이다. 미래에 국제화 계획이 있다면 아래 아키텍처처럼 한국어만 지원하더라도 국제화 라이브러리를 별도로 잘 만들어 놔야 한다. 처음에 이런 방식으로 개발하면 개발 시간이 10% 정도 더 들어간다. 하지만 나중에 여러 언어(로케일)를 지원할 때 몇 배, 몇 십 배의 시간이 절약된다.
물론 국제화 라이브러리를 제대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경험만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구조적으로도 어렵고 기능적으로도 어렵다. 또한, 입맛에 딱 맞게 만들어 놓은 상용라이브러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필요한 회사나 개발자가 잘 설계를 해서 만들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는 항상 미리 국제화 계획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 혹은 미래에 국제화 계획이 있다면 처음부터 국제화 아키텍처를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소스코드는 무조건 한 벌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Application도 하나로 유지를 해야 한다. 이런 대원칙에서 벗어나면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옥을 맛보지 못했다면 장사가 잘 안돼서 별 문제가 없었거나, 소프트웨어가 너무 작아서 어떻게 해도 별 문제가 안 되는 경우일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아키텍처는 항상 회사의 미래 전력을 내다봐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문제만 해결한다면 좋은 아키텍처라고 볼 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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